제목 : [시론]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부모는 멀리 보라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함께 가라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 꿀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얼마 전 방송에서 자주 듣던 공익광고 문구이다.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를 견주어 봄으로써 교육의 참된 길을 말해 주는 광고였다. 많은 학부모들이 이 말을 듣고, 공감을 하며 참된 교육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는 후문이다. 이 광고는 단순히 부모는 좋고, 학부모는 나쁘다는 흑백논리가 아니다.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우리에게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교육을 바라보는 눈이 하나가 아님을 제시하고 있다.
‘일 년을 보고 곡식을 심고, 십 년을 보고 나무를 심고, 백년을 보고 인재를 양성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 한다. 그만큼 교육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학부모들이 조급해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중 하나만 꼽는다면 국가의 대입정책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선발 방식은 광복 이후 최소 15차례 이상 바뀌었고, 평균 수명 역시 4년을 넘지 않았다.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이렇다 보니, 공부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긴 안목으로 여유 있는 자녀교육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보다는 남을 이기고, 남보다 빨리 가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꿈 꿀 시간에 한 자라도 더 외워야 되는 것이 현실인데, 한가로이 꿈만 꾸는 자녀를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와 학부모의 차이는 바로 자녀를 바라보는 렌즈의 종류 때문에 나타난다.
전자처럼 교육을 멀리 보는 망원경과 후자처럼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미경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도 현미경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고, 망원경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학부모로 바뀌게 되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현미경으로 보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론으로는 교육은 멀리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학부모가 되면서 부모는 분명 느낄 것이다.
‘취학 전까지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교육 시키리라 마음먹었는데, 막상 학교에 입학해 다른 아이와 비교되기 시작하면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또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도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교육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아이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한 렌즈만 고집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큰 틀은 망원경으로 보아야하고 단기적인 하루하루의 계획은 현미경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하다. 교육은 태어날 때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천천히 기다림으로 보아야 한다. 이때는 당연히 망원경으로 보아야 한다. 그 안에 학령적령기라 일컬어지는 나이에서는 부모는 학부모라는 명칭을 얻게 되고, 옆에서 교육 플레너(planner)의 역할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보아야 할 것이 바로 현미경이다.
망원경으로는 아이들의 미래, 꿈, 희망 등을 본다면 현미경으로는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 학력, 체력 등을 보아야 한다. 망원경으로 주위의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남을 배려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방법을 본다면, 현미경으로 나의 재능을 계발하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바라보아야 한다.
부모인지 학부모인지 가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렌즈로 자녀를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 망원경과 현미경, 두 가지 렌즈가 다 필요하다. 자녀의 단점은 망원경으로 넓게 바라보고, 자녀의 장점은 현미경으로 확대하고 키워줘야 한다. 두 렌즈를 적절히 사용해 우리 사회에 빛이 되는 자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부모이고 학부모가 아닐지!
출처 : 충청투데이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8510